img_55517067dfca4

가까이할수록 너무 편한 당신?_MBC 정준희 기자

섭외, 섭외 또 섭외: 결국은 친분?

대개 시간과의 싸움일 수밖에 없는 방송 경제 뉴스 제작에 있어 현실적으로 가장 많이 하게 되는 노력은 섭외입니다. 도입부에 쓸 현장 화면과 인터뷰, 그리고 기업 관계자나 전문가 인터뷰는 모두 섭외를 통해 확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기사 내용에 대한 고민보다도 리포트 제작에서 사실상 공식화된 이른바 필수 요소들의 확보에 일단 치중하게 됩니다. 리포트 제작을 지시하며 갑작스럽게 날아드는 ‘총’을 막아내야 하는 현장 기자의 서글픈 생존법이기도 합니다.

실전에서 섭외 과정은 그리 ‘쿨하지’ 않습니다. 보통 전화를 걸어 이렇게 하게 되죠.
“인터뷰 좀 해주세요. 당연히 오늘이죠! 그림 좀 찍을게요. 좀 도와줘요.”
“아니, 그게 왜 안 돼요. 신문에는 다 나왔는데.”

부탁과 읍소, 더러 애교나 친분을 통한 압박(?) 등등 기자별로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지만, 경험상 성패를 좌우하게 되는 것은 주로 기업의 홍보 담당자인 취재원들과 맺은 친분, 신뢰관계의 정도였습니다. 홍보맨들이 편하게 털어놓은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요.
기자와 홍보맨은 서로 업무상 필요해 자주 연락하게 되고, 일 때문에 현장에서 만나고, 어울려 밥 먹게 되고…. 그렇게 얼굴을 보다 보면 친해지고 정도 쌓입니다. 그러면서 섭외도 쉬워지고 더 자주 보게 됩니다. 어느 순간 편하다는 느낌이 드는 홍보맨이 생기고, 그렇게 편한 느낌이 드는 기업들이 생기는 게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들은 조금의 틈만 나면 게으름이 자라납니다. 그래서 섭외라는 것도 홍보맨들과 맺은 친분의 편리함을 쫓는 순간, 어느 한쪽에 편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관성적 인터뷰: 이럴 때는 그분!

자동차 결함을 다루는 기사에 빠지지 않는 교수님,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는 리포트마다 등장하는 전문가, 산지 출장을 가야 할 때면 떠오르는 유통업체, 최근 뉴스에서 본 것 같은 연구원, 애널리스트 등등. 특정 기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취재원들이 있습니다. 섭외가 잘 되고 취재 지원도 잘해주고, 일을 자주 같이 하다 보니 더 편해지는 사람들입니다. 힘겹게 시간과 노력을 들여 밀려드는 취재 요청에 응해주시는 그분들께는 늘 감사하고 송구한 마음입니다.

다만, 다양한 취재원으로부터 다양한 목소리를 전함으로써 그분들의 노고(?)를 덜어드리려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저 양반은 TV에 또 나왔네.” 하실지 모를 시청자들께도 좀 더 성의 있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슈의 성격이나 업계의 대응 자체가 취재원의 범위를 한정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현장 취재가 생명인 방송뉴스의 경우 이러한 특성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촬영 불가, 인터뷰 불가, 약속이나 한 듯한 침묵 등의 악조건 속에서 대학교수나 애널리스트로 인터뷰를 때우고 CG와 자료 영상으로 1분 20초 리포트를 만들어 그나마 버터 냈던 경험들이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 대상을 찾다찾다, 그래도 말을 해주는 사람은 그분뿐이다 싶었던 기억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때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뒷맛은 씁쓸합니다.

 

의존성과 청탁: 우리 사이에…

취재도 홍보도 다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친분에 따른 부탁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것도 평소에 협조를 잘 해주었던, 친분 있는 그의 부탁이라면 더 고민스럽습니다. 솔직히 좋은 기회가 있다면 노출시켜 주고 싶고, 부정적인 내용은 ‘톤다운’시켜 주고 싶은 게 인지상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적절한 간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목에서 양심과 균형감각, 시청자를 얘기하는 건 주제넘고 고리타분하다는 것도 압니다. 그래도 고민해 볼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저 역시도 경제부 시절부터 시작된 그 고민에 아직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어떤 기자일까요? 그들은 우리에게 어떤 취재원일까요?

Posted in 2015년 5·6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특집_ 경제 뉴스, 이제는 바꿀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