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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지나친 ‘부동산 사랑’_SBS 하현종 기자

 

국토교통부 담당 기자라면 누구나 이런 질문을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지금 집을 팔아야 할 타이밍인가?” 또는 “어디 아파트를 사야 값이 오르는 거야?” 아니면 “오피스텔을 사서 월세를 받는 건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주택은 아직까지도 단순한 주거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우리 사회에서 집이란 가족과 지내며 생활을 영위하는 공간이면서 계층을 나누는 표식이자, 동시에 재산 증식 즉 주요한 재테크 수단이다. 많은 경우 주거보다 재테크에 더 방점이 찍히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국토교통부 담당 기자에게 위와 같은 질문이 쏟아지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할 지 모른다.
요즘 부동산 시장은 저금리 속에서 놀랄 정도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아파트를 사두면 무조건 돈을 벌던 시대, 부동산 불패의 시대가 끝났다는 단언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혹자는 원해서, 혹자는 치솟는 전셋값에 등 떠밀려서 집을 사는 경우가 늘고 있다. 요즘 부동산 시장을 들여다보면 확실히 투자 목적보다는 실수요 매매가 많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의 몸과 마음에 단단히 스며있는 부동산 유전자(?)는 이런 변화 속도를 아직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것은 보도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시장 수요자로서의 기자
부동산 담당 기자뿐 아니라 경제부 데스크와 부장, 그리고 편집회의 참석자들인 보도국의 주요 간부들 역시 주택 문제에 있어서는 기자임과 동시에 시장 참여자일 수밖에 없다. 주식이나 펀드를 안 하는 기자는 있지만, 자가든 전세든 집이 없는 기자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방송 뉴스의 부동산 기사는 일종의 투자자 시점에서 다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런 속성은 ‘시청자 눈높이’나 ‘생활밀착형’이라는 표현으로 쉬이 포장되기 일쑤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방송 뉴스에서 이른바 ‘기사가 되는’ 부동산 뉴스란 일종의 시황 중계에 가까워진다(사실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아파트 값이 올랐다, 떨어졌다, 강남과 강북의 가격 차이가 커졌다, 작아졌다, 금리가 낮으니 오피스텔 임대 수익률이 올랐다 등 주간 단위로 나오는 부동산 통계를 인용해 경마식으로 보도한다.
방송 부동산 뉴스의 또 한 가지 축은 분양이다. 방송이 분양 현장을 선호하는 이유는 ‘그림’이 되기 때문이다. 분양 현장에는 길게 줄을 선 사람들,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오밀조밀한 모형, 잡지에 나올 법한 잘 꾸며진 견본 주택이 있다. 썰렁한 아파트 외경 이외에 특별한 그림거리가 없는 부동산 뉴스에서 거의 유일하게 쓸 만한 방송 영상을 확보할 수 있다. 최근 신규 아파트 분양 시장에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어서 뉴스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방송의 ‘분양 현장 사랑’은 종종 지나칠 때가 있다. 기사의 방향도 대부분 분양 열기, 청약 인기 등으로 정리된다. 분양 시장의 투기적 양상과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 가능성 등은 언급되지 않거나 의례적인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정책 방향에 대한 고민은 어디로?
시장 현실이 잘 반영됐는지, 부동산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설정돼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 그런데도 보도국의 부동산 뉴스 사랑은 유별나다. 부장급 기자들 중에는 아파트의 ‘아’자만 나와도 시청자들이 본다는 경험칙, 또는 검증되지 않은 신화를 신봉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부동산 시황과 관련된 통계는 아무리 사소하거나 지엽적이라도 리포트 지시가 내려오기 일쑤다(아마도 8,90년대 이른바 아파트 공화국 시대의 경험 때문이리라). 여기에 현장 섭외 등 각종 취재 편의를 제공해주는 건설회사의 공격적이고 능수능란한 홍보 전략까지 더해지면 부동산 담당 기자는 전형적인 부동산 방송 뉴스의 형식과 시각에 점차 안주하게 되기 쉽다. 1분 40초라는 짧은 시간에 핵심적 메시지만 간결하게 전달해야 하는 뉴스 리포트의 매체 특성까지 고려한다면 새로운 관점과 형식의 부동산 뉴스를 상상해내는 일은 더더욱 어려워진다.
‘주택’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자 사적 재화가 분명하지만, ‘주거 서비스’는 공공재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일부 선진국과 비교할 때 공공 임대 주택에 비해 민간 주택의 비중이 월등하게 높다. 공공 주택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슬럼화돼 있거나,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큰 틀의 주택 정책을 지금처럼 민간 위주로만 추진해야 하는지, 중산층을 위한 공공 주택의 가능성은 없는지 따져보는 방송 뉴스는 과연 불가능할까. 과거 열풍을 일으켰던 땅콩집이나 최근 조용히 세를 넓혀가고 있는 공유 주거 등 새로운 주거 양태에 대한 기획 기사는 편집회의를 거쳐 1분 40초 데일리 뉴스로 방송할 수 없는 걸까. 가격 동향과 재테크 대신 삶과 철학이 담긴 주거 문화에 대한 기사는 정녕 방송 뉴스 형식과는 어울리지 않는 걸까. 부동산 담당 기자의 고민은 오늘도 머릿속에서만 고요히 요동칠 따름이다.

Posted in 2015년 5·6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특집_ 경제 뉴스, 이제는 바꿀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