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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나쁜 경제 기사인가_MBC 김상철 논설위원

 

 

저널리즘에 대한 널리 인정받는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저널리즘의 질에 대한 명시적인 합의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좋은 기사에 대한 기준도 다양해서 모두의 동의가 가능한 규정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는 적어도 경험적으로 좋은 기사와 나쁜 기사를 안다. 특히 나쁜 기사는 확실히 느낀다. 요하나 베흐쿠Johanna Vehkoo의 말처럼 우리는 나쁜 기사에서 저널리즘의 품질이라는 말의 의미를 깨닫는다. 지나친 단순화의 부담이 없는 건 아니지만, 몇 가지의 사례를 통해 어떤 경제 기사가 좋은 기사인지 생각해보자.

 

 

 

개념은 정확해야 한다

우선 다른 모든 기사와 같이 경제 기사 역시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전달하는 사실은 정확해야 한다. 이 점에서 경제 기사가 가진 첫 번째 고민은 불행하게도 다소 어려운 개념들을 포함해 전달해야 한다는 점이다.

4월 7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지난해 말,
사상 처음으로 1천2백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1년 사이 93조 원 늘었고 적자 폭도 커져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영향이 컸습니다.

공무원과 군인 수가 9천 명 늘었고
연금을 받기 시작한 사람도 3만 명이 증가한 것입니다.

앞으로 예상되는 연금부족액을 현재 가치로 계산해보니
47조 원이 더 필요해 전체 부채증가의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여기에 경기를 살리기 위해 투입된 자금도 커져,
국채 발행액이 40조 원 넘게 늘었습니다.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약 35%로,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너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짤 때
2천 개에 달하는 국가보조사업을 부처별로 10%씩 줄이기로 했습니다.

 

아쉬운 것은 국가부채에 대한 개념 혼선이다. 첫 문장에서 설명한 국가부채는 미래에 발생할 부채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그러나 뒤에 등장하는 국내총생산대비 국가채무 비율에서는 현재의 부채만을 감안했다. 1천2백조의 국가부채를 강조하고 싶었다면 국가채무비율역시 다시 계산해야 했다. 정확한 용어사용은 나쁜 기사가 되지 않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통계는 사실이 아니다

경제 기사가 안고 있는 두 번째 어려움은 통계다. 경제 기사는 통계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지만, 통계 자체는 아쉽게도 사실이 아니다.

 

4월 2일 스트레이트

지난해 3분기 실적 악화를 겪은 이후
삼성전자의 임원 가운데 15%가
회사를 나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삼성전자 공시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미등기 임원은
총 1천 2백여 명이었는데
지난달 31일 사업보고서에서는
이 중 177명의 이름이 사라졌습니다.

직위별로 살펴보면 부회장 1명, 사장 5명,
부사장 7명, 전무 18명 등이 회사를 떠났고
상당수가 부진한 실적에 책임을 지고 퇴직을 하거나
다른 계열사로 이동한 것으로 관측됩니다.

 

기사만 보면 실적이 나빠진 삼성전자가 대거 임원을 보낸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기업의 임원 평균 재임 기간은 5.2년이다. 대개 20%는 해마다 바뀐다는 뜻이 된다. 삼성이 특별히 임원들을 대거 퇴직시켰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 얘기를 하려면 전체 평균이 제시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통계가 비슷한 유형의 함정을 안고 있다.

 

맥락이 없으면 좋은 기사가 아니다

이 글을 길게 쓸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단순한 사실 전달보다 더욱 중요한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가 기사를 읽는 이유는 궁금한 문제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다. 결국 기사는 궁금한 질문에 대한 답이 되어야 한다. 다르게 말하자면 모든 기사는 질문을 안고 있어야 한다. 4월 9일 출고된 스트레이트 기사 두 편을 보자.

4월 9일 10시 22분

한국은행은 오늘 오전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현행 1.7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실물경기의 회복세가 미미하지만
지난달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내린 만큼
일단 그 효과를 지켜보자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여기에 지난 1분기 동안
주택담보대출이 11조 원 넘게 늘어나는 등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4월 9일 11시 34분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3.4%에서 3.1%로,
물가 상승률을 1.9%에서 0.9%로 낮췄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1/4 분기 경제 성장 실적과 물가 상승률이
당초 예상보다 부진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을
지난 1월보다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주열 총재는
“‘미미하긴 하지만 완만하게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정부의 경제 전망에 대체로 동의한다”며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는 동시에
금융안정에도 유의하는 통화정책을 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스트레이트 기사 뒤에 새로 쓰인 스트레이트 기사는 없었다. 하지만 이 두 기사는 합쳐져 새로 써져야 했다. 완만하게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 한국은행은 오히려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그러면서도 금리는 유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생각하지 않으면 질문은 나오지 않는다. 며칠 뒤 역시 같은 날 출고된 다른 두 기사의 경우도 보자.

 

4월 13일 17시 37분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을 중심으로 실물 경제지표가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 부총리는
세종청사에서 열린 확대간부 회의에서 이같이 말하고,
다만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의 부진한 실적이
경제지표에 반영돼 ‘시차 효과’로,
회복세의 체감도가 떨어진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세울 때
경제 상황을 재점검해, 회복 추세가
공고해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덧붙였습니다.

4월 13일 14시 46분
우리나라가 일본과 같은 장기부진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산업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에 일본형 장기부진을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요인은 인구구조 변화와
가계부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산업연구원은 “가계부채 위험의 면밀한 관리와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그리고 남북경협 확대를 통한 새로운 수익 창출과
내수 활성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표가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다는 부총리의 평가와 일본형 장기부진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을 동시에 전해 들어야 한다면 시청자나 독자는 우리 경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단순히 말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기사를 쓰면서 취재기자나 데스크가 의문을 가졌다면 단순한 전달만으로 그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Posted in 2015년 5·6월호, 특집_ 경제 뉴스, 이제는 바꿀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