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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뉴스의 다섯 가지 문제_KBS 정필모 보도위원

 

 

 

경제 뉴스는 대부분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 그런 경향은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굳이 경제결정론적 사고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먹고사는 문제가 경제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 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경제정보 채널이 속속 생겨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경제 뉴스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비중이 커졌다고 해서 경제 뉴스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고착시키는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그만큼 최근 한국 언론의 경제 뉴스는 저널리즘의 가치와 원칙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 균형성 상실
그 가운데 첫 번째 문제는 균형성의 상실이다. 경제 뉴스의 내용을 뜯어보면, 알게 모르게 자본에 편향적이다. 물론 신자유주의 물결이 전 세계를 휩쓸고 지나갔으니, 한국 사회라고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 언론의 편향성은 유독 심하다. 이는 미디어 산업에 시장논리가 강화되고, 그에 따라 뉴스룸에서도 생존논리가 저널리즘 가치를 압도하는 경향이 노골화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예컨대, 노동쟁의가 일어났을 때 대부분의 경제 뉴스는 그것이 경제에 미칠 부정적 결과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쟁의를 불러온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구색 맞추기식으로 끼워 넣거나 아예 외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 발표 자료 베끼기
두 번째 문제는 발표 저널리즘의 일상화다. 앞서 예로 든 노동쟁의 보도의 균형성 상실도 사실 발표 저널리즘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 기자들은 대개 출입처인 정부기관이나 기업을 그저 관행적으로 신뢰할 만한 취재원으로 여긴다. 그렇다 보니 그들이 내놓는 보도 자료를 별다른 의심 없이 기사화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부기관이나 기업의 성과 부풀리기식 발표의 경우 그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최근 들어서야 문제가 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가 대표적이다. 당시 정부기관의 발표를 제대로 검증하고 기사화했으면, 오늘날과 같은 참담한 결과는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매출액을 부풀려 사기대출을 받은 모뉴엘 사태도 마찬가지다. 기자가 이 업체의 발표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가지고 확인 취재를 했다면, 결코 ‘모뉴엘 신화’라는 식의 기사는 나올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력 취재원의 발표를 무비판적으로 중계하는 식의 보도 관행을 좀처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3. 정보의 파편화
세 번째 문제는 정보의 파편화다. 방송 뉴스의 경우 그런 경향이 더 심하다. 물론 방송 뉴스가 갖고 있는 시간의 제약이 이유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몇 년 사이 심층 기획뉴스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본질이 바뀌지는 않았다. 이는 내용보다 포장 중심의 제작관행과 무관치 않다. 포장에 치우치다 보면 취재 시간이 부족하고, 그것이 결국 내용을 부실하게 만든다. 아무리 포장이 그럴싸해도 내용이 빈곤하면, 사안의 맥락을 제대로 전해주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뉴스의 이미지가 내용은 물론 맥락을 잠식하는 본말전도 현상이 생긴다. 이런 경제 뉴스를 보는 시청자들은 대체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어렵다.

4. 거시경제정책 비판 소홀
네 번째 문제는 거시경제 흐름과 정책적 이슈의 홀대다. 뉴스 편집자들은 흔히 생활밀착형 경제 아이템이 잘 먹힌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시청자에게 쉽게 받아들여지고, 당장 실생활과 관련돼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거시경제 흐름이나 정책 뉴스는 이른바 ‘그림 거리’도 안 되고, 당장 피부에 와 닿는 얘기도 아니라서 딱딱하게 느끼기 쉽다. 그러나 그 같은 경성뉴스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간을 두고 국민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오늘날 한국 경제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활력이 떨어진 것도 상당 부분 정부의 경제정책에 기인한 것이다. 거기에는 언론도 책임이 있다. 특히 정부의 경제정책에 지나치게 몸조심을 하는 방송의 보도 태도는 거시경제 흐름과 정책적 이슈를 더욱 소홀히 다루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다.

5. 기자의 전문성 부족
다섯 번째 문제는 기자의 전문성 부족이다. 기자의 전문성 부족은 두 가지 문제를 낳는다. 전문성이 부족하면, 우선 취재원이 내놓은 발표나 보도 자료의 문제점을 간파하지 못한다. 거기에 어떤 허점과 모순이 있는지를 알아차리기는커녕, 오히려 취재원의 의도에 말려들게 된다. 기사를 쉽게 쓰기도 어렵다. 기사를 쉽게 쓰려면, 사안을 이해할 수 있는 식견이 필요하다. 그래야 그걸 충분히 이해하고, 시청자에게 알기 쉽게 전달할 수 있다. 특히 복잡한 현상을 다루는 경제 뉴스일수록 전문지식의 뒷받침 없이 문제를 정확히 파악해 쉽게 전달하기가 어렵다.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불거졌을 때 우리 언론의 보도 태도를 상기해 보자. 대부분 그리스의 과잉 복지가 재정적자를 누적시켜 위기를 불러온 것처럼 보도했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통화동맹의 역사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기자라면, 그런 식의 단편적인 기사를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스 등 남유럽 위기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역내 환율조정기능이 사라진 통화동맹 ‘유로존’의 한계에 있기 때문이다.

흔히 방송 뉴스의 문제점을 얘기할 때, 그 대상은 주로 정치 뉴스다. 방송사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이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치 뉴스 못지않게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경제 뉴스다. 이는 갈수록 재벌과 경제 관료, 경제학자 등 친親자본적 시장권력의 힘이 강해지고 있는 것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 시장권력의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운동장은 더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공정한 경쟁, 경제 민주화, 균형 발전, 양극화 해소 등 우리 경제의 산적한 과제 가운데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이뤄내기가 어렵다.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도 불가능하다.
이제라도 경제 뉴스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균형감각과 전문지식을 갖고 진실과 맥락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경제 기자가 절실히 필요하다.

Posted in 2015년 5·6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특집_ 경제 뉴스, 이제는 바꿀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