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회 뉴스 부문_MB 집사 아들 자원외교에 깊숙이 개입_뉴스타파 조승호 기자

뉴스타파가 아니었다면 이 취재를 할 수 있었을까?

대선 직후인 2013년 1월이었다. MB정권 때 해직된 언론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사회를 본 노종면 씨가 공통질문을 했다. 기피하는 뉴스가 있느냐고… YTN 해직자들은 ‘YTN뉴스’라 대답했고, MBC 해직자들은 ‘MBC 뉴스’라 대답했다. 애정이 컸던 만큼 망가지는 모습을 차마 보기 싫어서였으리라… 그러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났다. 완벽한 백수가 된 현덕수 기자와 나를 뉴스타파가 불렀다. 그동안 YTN 외에는 생각도 말라던 YTN 동료들이 되려 ‘복직할 때까지 뉴스타파에서 일했으면 좋겠다’고 강권했다. 해직 언론인들의 보루가 된 ‘뉴스타파’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7년에 가까운 공백기간이 있었던 만큼 일정기간 적응할 시간을 주리라 기대했다. 오산이었다.

출근한지 이틀째 ‘MB 회고록’이 나왔고 바로 총(?)을 맞았다. 자원외교 부분을 현덕수 기자가 리포트하고 내가 서포트를 했다. 자원외교 취재도 MB 덕분에 인연이 맺어진 셈이다.

[ 혈세 날린 자원외교 … “언론이 침묵하면 진실도 묻힌다” ]

그 뒤 황일송 기자(국민일보 해직기자)가 자원외교를 함께 본격적으로 파보자고 제안했다. 비록 국정조사를 하고 있지만, 언론이 적극적으로 파헤치지 않으면 진실 규명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황 기자는 강조했다. 그래서 해직기자 3명이 참여하는 이른바 ‘실미도팀’이 구성됐고, 영어에 능통한 젊은 피 오대양 기자가 합류했다. 황일송, 오대양 기자는 그동안 자원외교에 대한 취재를 오랫동안 해 온 상태였다. 뉴스타파는 부서도 없고, 출입처도 없다. 덕분에 한 아이템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수시로 모여 논의를 하면서 의혹들을 정리하고 핵심을 잡고 각자 역할을 분담하면서 탄력적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다. 황일송 기자의 리드 속에 우리 팀도 그렇게 작업을 했다. 작은 조직이지만 효율적인 협업 체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MB 집사’ 김백준 비서관의 아들인 김형찬 메릴린치 서울지점장이 하베스트 인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사실이 확인되자 황일송 기자가 며칠간의 시도 끝에 기습 인터뷰하는데 성공했다. 취재의 특성상 영어로 된 서류들과 씨름해야 했는데 오대양 기자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현덕수 기자는 투자자문사 채점표를 일일이 맞춰보면서 선정 과정의 의혹을 파헤쳤고, 나는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의 직원들에게 밀려서 쫓겨나기도 했다. 기습 인터뷰를 위해 추운 날씨에 취재기자들과 함께 오돌오돌 떨면서 동고동락한 최형석, 신승진 촬영기자의 역할이 컸다.

[ 7년간의 공백… 선배랍시고 여유부릴 틈이 없다 ]

20년차가 넘다보니 뉴스타파의 젊은 후배들에게는 까마득한 선배로 비쳐지는가 보다. 그러기에 고민이 많다. 내가 제대로 일을 못하면 내 친정 회사 YTN이 욕을 먹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하려고 애를 쓰게 된다. 현덕수 기자와 나는 스스로 ‘우리는 수습이다’ 세뇌를 하며 열심히 하려 했다. 그런 모습이 후배들에게 어느 정도는 자극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후배들이 부담스러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지만, 우리도 7년의 공백기간을 생각하면 선배랍시고 여유부릴 틈이 없다.

여러 사람들의 협업 체제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인데 수상자의 대열에 함께 서게 됐다. 지난해 뉴스타파가 몇차례 방송기자상을 수상했었다. 그때는 내가 뉴스타파에 합류하기 전이었다. 그때 뉴스타파 기자들이 ‘이 상은 뉴스타파의 3만여 후원회원들이 받아야 한다’고 말을 했다. 그 말이 인상적이었지만 이해는 가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나도 똑같은 말을 할 수 밖에 없다. 뉴스타파가 없었다면 대법원에서 해고가 확정된 현덕수 기자와 내가 ‘기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지금 일을 할 수 있었을까? 뉴스타파가 없었다면 현덕수 기자와 내가 어떻게 방송기자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 황일송, 현덕수 기자와 나의 경우를 보면, 언론의 공공성을 위해 싸우다 해직이 돼도 기자로서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이 바로 ‘뉴스타파’이다. 그리고 뉴스타파를 존재하게 해 준 것이 후원회원들이다. 이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린다. 동시에 YTN 기자로서 이런 상을 받게 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희망한다.

Posted in 이달의 방송기자상, 이달의 방송기자상 수상작 취재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