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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사랑했던 ‘독빠’ 이야기_SBS A&T 최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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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돌아가셨지만, 평생에 차를 딱 두 대 사신 아버님의 영향을 받아 차를 이렇게 바꿔 대는지 모르겠지만 난 지금의 차가 10번째 차다. 부자도 아니고 투잡도 아니고 월급 외에 돈을 누가 주는 것도 아니다.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 그냥 차가 좋아서 시작된 일이다.

국내 SUV를 타다 2007년 폭스바겐의 사의 골프 GTi를 타면서 난 독일 차의 ‘덕후’가 되었다. 처음 앉아 본 GTi의 시트의 느낌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아내가 만삭 상태로 산부인과에 있었지만 난 몰래 계약을 했고 그렇게 나의 독일 차 라이프는 시작되었다. 작지만 강력하고, 전륜구동이지만 밸런스는 완벽했다. 정말 그 차에 푹 빠졌다. 물론 그 차보다 비싸고 좋은 독일 차는 엄청 많지만, 가격대비의 성능이나 감성은 지금 봐도 굉장히 훌륭한 차였다. 겨울엔 바닥이 미끄러워 아이젠을 끼고 세차를 하고, 틈만 나면 정비하고 튜닝할 만큼 애정도 깊었다. 엄청난 강성과 눈에 보이지 않는 세심함은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매력 만점이었다. 차 속 깊이 들어있는 암arm류나 도어만 봐도 메이커의 차를 만드는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혹자들은 암류가 두껍고 문짝이 두 조각이 아닌 한 조각인 게 큰 의미가 있느냐고 하지만 비용이 더 들어감에도 꼭 이런 철학을 고수하는 그들의 정신이 맘에 든다. 독일 차를 사랑하고 구입한다는 것은 단순히 멋이나 주행 성능도 중요하지만 이런 그들의 정신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간혹 페라리 같은 스포츠카를 사는 사람을 두고 달릴 곳이 있기냐 하냐며 비웃는 사람도 종종 본다. 그럼 반대로 밴을 타는 사람은 매일 캠핑을 가거나 통학버스라도 운영하느냐고 묻고 싶다. 차는 철저히 감성적인 물건이다. 페라리를 타고 배기 사운드를 즐기며 마트를 가더라도 굉장히 멋지지 않겠는가? 지극히 감성적인 물건을 두고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수동적으로 운전만 하던 나 같은 드라이버를 ‘빠’로 만들어 준 독일 차의 매력은 바로 이런 감성적인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너무 독일 차 예찬론자 같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국내 차에 대한 애정이 없거나 그렇진 않으니 오해가 없으면 좋겠다. 10대 중 5대가 국산 차, 5대가 독일 차였다. 차가 커지면 어지간한 차가 아닌 이상 드라이빙의 느낌이나 쫀쫀한 강성이 줄어드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작고 싼 차를 찾는 게 아니라 느낌 있고 잘 달리는 튼튼한 작은 차를 찾다보니 독일 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장담컨대 적어도 이런 차는 국내엔 없다.

감성적인 물건도 아니고, 그냥 굴러가기만 하면 된다고 해도 상관은 없다. 그냥 또 그런 것이 차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내게 차란 날 즐겁게, 짜릿하게, 사랑하게 만드는 그런 대상이었다. 좋은 소리를 찾으려고 배기파이프를 수없이 바꿔보고, 좋은 코너링을 위해 쇽(shock absorber)을 계속 뺐다 꼈다 하는 번거로움마저도 즐겁게 해줬던 나의 차들이 있었고 그들과 함께한 즐거운 시간들도 빼놓을 수 없다.

p.s. 마지막으로 밤이면 밤마다 기어나가서 차를 타던 나, 허구한 날 세금 내가면서 차를 바꾸던 날 이해해 주는 우리 ‘마눌님’에게도 고맙단 말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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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2015년 1·2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기자의 삶, 나는 덕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