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기자도 기자일 뿐

20-1 제목

20-2 좌담

일시_ 2014년 12월 22일 / 장소_ 서울 마포
참석자_ KBS 정수영 기자 (데이터저널리즘팀) MBC 이필희 기자(시사제작 2부) SBS 조성현 기자(정치부) YTN 이정미 기자(뉴스편집 2부)
진행_ KBS 정수영 기자

공정성 문제… 왜 끊임없이 제기되나?
정수영(KBS 기자) ∷ 정치뉴스를 떠올려 보면 역시 공정성 논란부터 얘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여야 균형을 맞춰서 보도한다고 하지만 사실 거의 모든 사안을 여야 정쟁의 틀에 넣어서 보도하고 있거든요. 문제는 예컨대 여당이 잘못을 저지른 팩트가 드러난 순간에도 ‘야당이 어떤 사안에 대해 여당을 공격했다, 여당은 이에 대해 반박했다. 그리고 끝!’, 이런 구도의 보도가 나온다는 점이겠죠. 여야의 목소리를 반씩 담고 있어 겉으로 보면 공정해 보일지는 몰라도, 사실은 편파 보도가 되는 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화도 나고 안타까웠습니다.

이정미(YTN 기자) ∷ 아이템이 정치부로만 넘어가면 정쟁 프레임에 갇히곤 하는 것 같아요. 사회부에서 보도했으면 고발성 기사가 됐을 내용이 정치부에서 보도하면서 정쟁 리포트가 돼 버리기도 하잖아요. 기계적 균형을 잡으려다 보니 벌어지는 일 같기는 합니다. 예전에 정치부 있을 때 말진 아니면 중진을 했는데, 그 연차에서는 종합적인 판단을 하기가 쉽지만은 않잖아요. 위에서 ‘이걸 다루는 것 자체가 네가 야당 편을 들어주는 거다, 여당 편을 들어주는 거다.’라고 말을 하면 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이 내용은 중립을 지켜서 써야 하겠다.’며 마음먹고 기사를 쓰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기사가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 이상한 글이 돼 버릴 때도 있더라고요.

‘기계적 균형’… 한계 인식해야

22-1 이필희이필희(MBC 기자) ∷ 기계적 균형을 맞춰 놓으면 사실 어디가 옳은지 잘 모르잖아요. 이쪽도 맞는 것 같고, 저쪽도 맞는 것 같고… 그러니까 이런 면을 이용해서 정말로 해야 될 얘기를 안 할 수 있는 ‘기술’을 쓰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기계적 균형이라는 게 공정한가? 양쪽의 입장을 다 들어주는 게 과연 공정한 것인가? 실제로 기사 쓰다보면 그러지 않았던 경험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조성현(SBS 기자) ∷ 요즘은 선거가 없지만, 선거 기간에는 기사 한 줄 한 줄이 굉장히 민감하잖아요. 어떤 식으로든 기사가 나갔을 때 양쪽이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죠. 상대 정파라든가 언론사에 대한 공격의 빌미도 될 수 있으니까 최대한 그런 걸 피해가는 방법으로 불가피하게 선택하는 측면이 있긴 있는 것 같아요. 일단 기계적으로 맞춰놓으면 적어도 공격받는 것을 피해갈 수 있으니까요. 언론사 입장에서는 특히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예를 들어, 특정 사안이 나중에 수사로 이어질 수도 있고 어떻게 결론이 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날 발생한 사안을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 고민이 클 수밖에 없고요. 그런 면에서 불가피하게 안전판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맥락 없는 중계 보도… 누가 이득을 보는가?

22-3 정수영정수영 ∷ 맥락이 없다는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얼마 전 청와대의 ‘시계형 몰카 구입’ 건 뉴스가 있었잖아요. 국회의원이 시계형 몰카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게 청와대가 얼마 전에 구입한 몰카다. 왜 구입했는가?’라고 물어봤습니다. 이 때 기자라면 이런 궁금증이 이는 게 상식 아닐까요? ‘청와대가 시계형 몰카를 왜 구입했을까? 누가 사용했을까? 어디에 사용했을까? 최근의 비선 실세 의혹과도 관련이 있을까?’ 이런 쪽으로 사고가 뻗치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정치부 리포트를 보면 이런 내용은 안 나오고 현안질의 과정 중 여가 야에 대해 ‘버릇없다.’고 꾸짖고 이번에는 야가 여에 대해 ‘사과하라.’고 항의하고 이런 식으로 말싸움을 이어갔다는 내용으로 점철됐거든요. 그 결과 당연히도 모두가 주목해야 마땅할 맥락은 실종돼버린 것이죠.
이정미 ∷ 하루 안에 리포트를 만들어야 하니까 그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말씀하신 시계형 몰카 문제를 봤을 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의혹은 제기했는데 밝혀진 건 없어요. 물론 석연치 않지만 청와대도 해명은 했어요. 기획기사로 이걸 파헤쳐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접근했다면 이틀이 걸리든 일주일이 걸리든 더 확실히 근거를 뒷받침해서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한 꼭지의 기사를 만들어 냈겠죠. 그렇지만 정치부에 있다 보면 명확한 근거가 딱 뒷받침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혹이 먼저 나와 버리거든요. 그런데 의혹에 대해 확인은 안 되고, 확인이 안 되면 공방으로 끝내고, 이렇게 약간 안전판으로 가다보니까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이필희 ∷ 김대업인가요? 결국 판결이 그렇게 났잖아요. 가짜였던 걸로. 사실 정치권에서 이용하는 건 맞는 것 같아요. 확인 안 될 때 급할 때 일단 지르고, 그렇게 해서 일단 표를 얻을 수 있으니까. 보도 하는 입장에서 결국 그에 말려버리면 특정 정당을 도와주게 되는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는 빠져나갈 구멍을 잘 만들어 놓는 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거 같기도 하고요. 정치권에 낚이지 않으려면….

조성현 ∷ 아무튼 넉넉하게 시간을 갖고 정말 팩트가 뭔지 추적해서 보여주는 게 유권자나 시청자에 대한 도리이잖아요. 그런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특히나 이슈로 떠올랐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뉴스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어서….

정수영 ∷ 국회는 어떤가요? 저도 나름대로 혼자 아이템을 해보고 싶어서 이것저것 해보다 보면 답답할 때가 있어요. 뭐가 답답하느냐 하면 국회가 수행하는 기능이 법안 제출, 심의, 국정감사, 예산 심의, 의결, 감시 등이잖아요. 검찰의 경우를 예로 들면 정보 입수, 범죄 수사, 공소 유지…. 이런 것들이 기본 기능이겠고요. 그런데 국회 출입 기자들이 국회의 기본 기능에 대한 취재나 기사를 쓰는 것보다는 그 외의 것들에 대해 기사를 쓰고 취재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여당은 무슨 공세를 취했다’, ‘야당은 무슨 반격을 했다’, 거의 ‘아무개가 뭐라고 했습니다’가 7, 80%를 차지하는 것 같아요. 물론 정치인의 말과 동태도 다 중요하죠. 하지만 그 출입처가 기본적으로 수행하는 기능에 관한 취재를 등한시 하고서는 제대로 된 보도가 나오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22-2 이정미이정미 ∷ 법안이나 정책 쪽으로 기사를 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있을 때는 많이 못했던 것 같아요. 일단 너무 많고, 그 자료를 다 보기도 힘들고요. 처음에 저는 ‘무슨 워딩 단신만 맨날 쏟아내지?’ 하고 몇 번 물어본 적이 있는데 선배들은 이 사람이 이런 말을 했을 때의 배경에는 뭐가 있는 거다, 그게 정책의 방향이 될 수 있는 거다, 그러니 그런 ‘워딩’을 다 들어야 한다고 말을 하고요. 또 기자들이 정치인이 내놓는 워딩이나 정보에 목말라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고요. 자기도 모르게 그런 환경에 익숙해져 갈 수 있는 것이죠.

구조적인 문제… 사람은 없고, 쓸 기사는 많고

이필희 ∷ 내근 하게 되면 그날은 라디오도 출연해야 하고, 단신 다 처리해야 하잖아요. 그런 문화이면 사실 진득하게 붙어서 파고드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죠. 몇 명밖에 안되고…. 저 야당 출입할 때 3명이었거든요. 반장, 중간, 저…. 말진이었어요. 아침 회의 쫓아다니고, 받아치고. 사실 타자수 하다가 그러면 하루 다 가는 거잖아요. 어디 가서 보좌관을 만나든지 그럴 시간도 없었던 것 같아요. 말진 할 때는 정말로. 구조적인 문제도 좀 있는 것 같습니다.

22-4 조성현조성현 ∷ 하다보면 자기가 출입하는 당의 논리에 동화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여야 나눠서 취재하다보면 계속 만나고 취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쪽 사람들이고, 사람들이 회의 하는 거, 만나서 얘기 듣고 하니까…. 물론 기사 쓸 때는 종합해서 하지만 어느 순간 보면 여당 출입 기자는 여당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이런 위험성이 다분하거든요. 정치부 기자를 하면 여야는 다 같이 좀 경험을 하는 게 맞지 않나 싶어요.

이필희 ∷ 그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게 전 야당 출입이었잖아요. 되게 경도돼요. 야당의 입장에 대해서 되게 경도되고, 그들의 주장을 듣다보면 ‘여당 잘못하고 있네.’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거꾸로 여당 출입하다보면 그 반대일 거고요. ‘물고 늘어진다. 또 발목 잡는다.’ 자연스럽게 그들과 대화하다 보면 그들의 프레임에 들어간다고 할까? 그들 입장에서 자꾸 얘기하게 되고, 생각하게 되고. 경도되지 않으려면 정치부 기자들을 바꿔줄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그래야 중립적으로 생각할 것 같아요.

정수영 ∷ 저희 회사에는 우스갯소리로 이런 단어가 있어요. ‘공방신기’라고, 어딘가에 불리하거나 하면 그걸 공방으로 만들어 버리는 겁니다. 그런데 공방의 틀 안에 들어가면 누가 옳고 그른지가 불명확해지니까 잘못한 쪽이 유리해지기 쉽잖아요. 결과적으로 물타기가 되는 것이죠.

이필희 ∷ 모니터 하다가 좀 보기 싫은 단어가 그거예요. ‘논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잘 뜯어보면 논란 아니거든요. 명백히 뭔가가 드러나는 건데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을 해요. 각이 사라지는 거죠. 논란이라는 말, 너무 많이 등장하는 것 같아요.
또 취재원과 너무 가까워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정치부 기자는 발을 어디까지 담글 것이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여당이든 야당이든 그쪽으로 동화되지 않으면 들을 수가 없잖아요. 그러려면 더 친해져야 하고 원내대표든 당대표든 직통할 수 있는 그런 라인들이 있어야 되고…. 그러자니 너무 친해지면 또 냉정하게 돌아서기도 어렵고…. 발을 어디까지 담글 것인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마크맨도 사실 그런 거잖아요. 매일 얼굴 들이대면서 친해지고 하는 거잖아요. 자연스럽게 그쪽에 서게 되는 거죠.

이정미 ∷ 나중에 너무 친해지고 나면, 너무 안 좋은 거는… 친해진 사람이 되어버린 거예요. 쓰면서 미안해지는 거예요.

기자인가? 당원인가?… 저널리즘 원칙으로 돌아가야

이필희 ∷ 출입할 때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게, 어떤 기자가 모 당의 원내대표실에서 직원들에게 반말로 “당신들 그렇게 하면 어떡해?”하고 막 다그치는 거예요. ‘뭐지? 이 관계는 대체?’ 저 사람은 기자인데, 기자가 ‘이 사안에서 너희 정당이 그렇게 대응하면 안 돼.’ 하고 다그치는 거예요. 그 사람은 발을 많이 담근 거예요. 두 발짝 이상 들어간 거죠. 반 발짝 걸치고 있는 게 아니라 아예 몸이 다 들어간 케이스였던 것 같아요.

이정미 ∷ 취재하는 입장이 아니라….

이필희 ∷ 당원이 된 셈이네요.

이정미 ∷ 심한 경우 자기가 갖고 있는 정보를 공유해주고, 회사에 올라온 상대 당의 전략도 얘기해 주면서 ‘조언’해 주기도 하죠.

조성현 ∷ 그 정도 되면 본인이 쓰려고 하는 기사에 맞춰서 입장을 밝히라고 시킨다니까요.

정수영 ∷ 결국은 저널리즘 원칙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권력은 일탈 남용의 속성을 지니고 있잖아요. 정치부 기자라면 당연히 감시하고 견제하겠다는 본능에 충실해야죠.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치부 기자가 제 할 일을 다 하기 위해서는 정치부 기자뿐만 아니라 정치부 밖 기자도 날카롭게 눈을 부릅뜨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됩니다.

Posted in 2015년 1·2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특집_정치뉴스, 이제는 바꿀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