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MBC 기자회]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

지난주 MBC 뉴스데스크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모욕하고 비난했습니다세월호 취재를

진두지휘해온 전국부장이 직접 기사를 썼고보도국장이 최종 판단해 방송이 나갔습니다.

 

이 보도는 실종자 가족들이 해양수산부장관과 해경청장을 압박하고 총리에게 물을 끼얹고

청와대로 행진을 했다면서, ‘잠수부를 죽음으로 떠민 조급증이 아니냐고 따졌습니다.

심지어 왜 중국인들처럼 애국적 구호를 외치지 않는지또 일본인처럼

슬픔을 속마음 깊이 감추지 않는지를 탓하기까지 했습니다.

 

국가의 무책임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를 위로하지는 못할망정그들을 훈계하면서 조급한

비애국적 세력인 것처럼 몰아갔습니다.

 

비이성적비상식적인 것은 물론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보도였습니다.

한마디로 보도 참사였습니다그리고 이런 참사를 막지 못한 책임,

저희 MBC 기자들에게 있습니다가슴을 치며 머리 숙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해경의 초동 대처와 수색그리고 재난 대응체계와 위기관리 시스템 등 정부 책임과

관련한 보도에 있어, MBC는 그 어느 방송보다 소홀했습니다정몽준 의원 아들의 막말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처신 등 실종자 가족들을 향한 가학 행위도 유독 MBC 뉴스에선

볼 수 없었습니다또 유족과 실종자 가족을 찾아간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는

빠짐없이 충실하게 보도한 반면현장 상황은 누락하거나 왜곡했습니다.

결국 정부에 대한 비판은 축소됐고권력은 감시의 대상이 아닌 보호의 대상이 됐습니다.

 

더구나 MBC는 이번 참사에서 보도의 기본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신뢰할 수 없는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기’ 한 결과, ‘학생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냈는가 하면, ‘구조인력 7백 명’ ‘함정 239’ ‘최대 투입’ 등 실제 수색 상황과는

동떨어진 보도를 습관처럼 이어갔습니다실종자 가족에게 더 큰 고통을 준 것은 물론,

국민들에겐 큰 혼란과 불신을 안겨줬으며긴급한 구조상황에서 혼선을 일으키는데도

일조하고 말았습니다이점 희생자 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립니다.  

 

해직과 정직업무 배제와 같은 폭압적 상황 속에서 MBC 뉴스는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사실을 신성시하는 저널리즘의 기본부터 다시 바로잡겠습니다.

재난 보도의 준칙도 마련해 다시 이런 보도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MBC가 언론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끈질기게 맞설 것이며무엇보다 기자 정신과 양심만큼은 결코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MBC 기자회 소속 30기 이하 기자 121명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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